올해 저는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하면서 무엇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가까이 뵈올 수 있었음이 감사했습니다. 95세의 아버지, 88세의 어머니, 한국의 부모님들이 다 그렇지만 저의 부모님 역시 5명의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신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버지 날을 맞이하여 저의 친정 아버님을 생각합니다, 아버님은 고관절 손상이후 현재 다섯 달째 병실에 계십니다. 몹시도 미국에 있는 손녀 딸을 보고 싶어하셨는데 지난 번 한국 방문 시에는 마침 저의 딸 Grace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아버지 병원으로 직행하였습니다. 병실에 들어가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 아버지, 은숙이 왔어요,” 나직히 말씀드리자 바로 눈을 뜨시더니 Grace 의 목을 끌어안고 막 우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눈물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 본 아버지의 눈물이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시는 분이었습니다. 항상 인내하시고 온유하시고 친절하시며 자애가 넘치는 분이 제가 어린 시절부터 기억하는 우리 아버지입니다. 한번도 눈물을 보이신 적이 없는 우리 아버님이 왜 손녀 딸을 보자마자 우셨을까? 그 눈물은 너무 바빠 자주 찾아 오지 못하는 자식들을 향한 당신의 외로움과 서러움과 그리움, 그리고 물론 오랜만에 손녀 딸을 만나보는 기쁨과 감격의 응집이었을 것입니다. 그 눈물을 보며, 저는 마음이 아팠고 죄송했고 그리고 다시금 아버지의 사랑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정말 자식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전부를 다 주고 싶어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생각할 때 종종 “ 가시고기” 라는 소설로 일약 유명해진 가시고기 예화를 기억합니다. “ 큰가시고기의 수컷은 모래와 진흙을 파내고 나뭇잎과 수초로 산란둥지를 만듭니다 암컷은 둥지 안에 산란을 하고 나서는 몇 시간 안에 죽게 되며, 수컷은 수정란에서 치어가 부화할 때 까지 입과 가슴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계속적으로 물흐름을 만들어 부화를 도와줍니다. 만일 이때 수컷보다 큰 고기가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고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적극적인 공격을 하면서 산란장을 지킵니다. 수정란이 부화하여 치어들이 나오게 되면 수컷은 몸이 매우 마르며 색상도 퇴색된 상태로 산란장 주변에서 죽게 됩니다. 그러면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의 몸을 뜯어 먹으며 자라납니다. 아빠 몸에 가시만 남을 때까지 말입니다.” 사실 대부분 한국의 부모님들은 이 가시고기 아빠같은 희생적 삶을 삽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니 형제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이룬 업적들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소식들을 들으며 세상이 인정하는 이런 칭찬과 영광을 먼저는 하나님께 그리고 다음은 부모님께 돌려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며 누워계신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 아버지, 우리들에게 아버지의 탁월한 DNA 나누어주셔서 모두들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에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 그런데 아버지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 그래?” 라고 반문하셨습니다. 자신이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에 낯설어하시고 어색해하시는 그 모습을 뵈니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다 자식들에게 쏟아부으시고 이제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병실에 쓸쓸히 누워계신 아버지, 자식들이 찾아 오는 날 손꼽아 기다리시다 멀리서 찾아온 손녀딸을 안으시고 와락 눈물 흘리시는 아버지, 아 우리는 얼마나 이기적인 자식들인가요? 얼마나 감사와 애정 표현에 인색한 염치없는 자식들인가요?
한국을 떠나기 전 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병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이제는 Grace 가 막 웁니다. 왜 우는가 물었더니 문을 닫은 후 다시 병실을 돌아보았는데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할아버지가 고개를 길게 빼고 우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계시다가 자기가 돌아보는 순간 할아버지의 눈과 문 틈으로 마주쳤는데 어쩌면 그 할아버지의 눈길이 이 땅에서 자신과 마주치는 마지막 눈길이 아닌가 하여 슬펐다는 것입니다. 떠나는 자식들의 뒷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시려 고개를 길게 빼고 문틈으로 바라보시는 육신의 아버지의 이 자녀들을 향한 그리움이 잃어버린 자녀들이 돌아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그리움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Happy Father’s Day!”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 3:16).
For God so loved the world 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that whoever believes in him shall not perish but have eternal life. (John 3:16 N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