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a 24

하나님께 빌린 소중하고 아까운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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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무더운 여름에 

21년전, 아직 50살이 되지않았던 때에 썼던 글을 찾았다읽고 읽으면서, 지금과는 달리 약간의 감성이 있었던 것같아 갑자기 감성이 말라가는 지금의 내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당시의 나는 3살정도위였던 여고 선배의 죽음으로, 그녀의 장례를 경험하며 나도 모르게 많은 생각에 사로 잡혔었나보다.   

그리고, 10년전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하나님께 보내며 죽음은 자연스러운것임을 깨닫게 되었는데, 지금의 나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성숙한 70세가 되었다 결혼식 전날의 리허설은 당연하게 연습을 하는데 장례식의 리허설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하는데,  2002 가을에, 미래의 나의 장례식은 기쁨이 넘치는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으면 했었네.       

2002 가을에 

미국에서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장지로 향하는데, 신호등이 빨간 불이어도 우리의 행렬은 그냥 계속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Sniper 무차별 총격사건이 2 이상 계속이 되어,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한 시민들의 장례식이 저녁 뉴스를 장식하는데, 우리는 췌장암의 진단을 받고두 살의 아까운 나이에 살며시 우리곁을 떠난 여고 선배의 장례행렬을 따라가고 있었다. 

병석에서 주님을 영접하고 이제는 아무런 고통이 없는 천국에서 우리의 어리석은 삶과 상투적인 생활 패턴을 애처럽게 바라보고 있을 선배를 생각하며 그리움이 엄습해온다고별예배에서 그녀의 사진을 보며 모든게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불과 4개월전에 우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국제 백합동문회에 참석하여 너무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새삼, 우리 모두가 빌려서 살고있는 아까운 시간들이 결코 내것이 아닌 것을 느끼고 있다여자 나이 50 초가을에 비유를 해야할까사계절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에 나는 슬픔에 잠겨있다존경하는 선배님 한분도 지금 병석에 계시기 때문이다바쁜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다가, 이제는 낡은 자동차처럼 튠업이 필요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겉모습을 열심히 치장하고 잔주름을 감추려 애를 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젊음의 위력앞에서 아름다움에 항복을 하고 것을. 

너무나 엄숙한 장례식은 나를 더욱 쓸쓸하게 했다비통해하는 가족들, 딸을 먼저 하나님께 보낸 친정엄마의 찢어지는 가슴을 어떠한 형용사로 위로를 할까언젠가 내가 겪어야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그리고, 리스트를 작성하여,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말고 기뻐해달라고 적어야겠다고별예배에서나 하관예배에서나 장엄한 음악은 싫다고 미리 일러두어야겠다평온이 가득 차있고, 기쁨이 넘치는 저세상에 먼저 가게된 나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봐달라고 해야겠다그리하여, 나의 장례식은 축제의 분위기로 가득하도록 내가 평소 즐겨듣던 노래들을 틀어달라고 해야겠다그리되면, 나는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발걸음이 가볍지 않겠는가시간을 내어 장례식에서 듣고 싶은 곡들을 미리 작성해야겠다어쩜 조금은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클래식, 뮤직과 트롯까지 추리려면 결코 쉬운일은 아니겠다.   

, 나를 사랑하고 아껴준 가족, 친구, 그리고 지인들이여, 나의 죽음을 비통해하거나 아쉬워하지 말기를 바랍니다그리 똑똑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정말로, 정말로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있게 수있습니다뼈아픈 사랑도 해보았고,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만큼의  고통도 겪었지만, 용기가 없어 포기를 한적도 있습니다허나, 나이 오십의 문턱에서 남편과 아들로부터 넘치게 받고있는 사랑과 응원은, 나의 인생이 실패했다거나 그리 씁쓰름한 것이 아닌 것을 배우게 합니다.” 

4살때 헤어져 19년만에 처음 얼굴을 마주한 아들이 내게 물었다뭐라고 불러야하느냐고 말이다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을 했지만, 그냥 호칭이 없어도 대화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대답을 했다일주일을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알려고 노력을 했지만 쉬운일은 아니었는데떠나면서 그녀석이 내가 자랑스럽다 (I am so proud of you.) 바이 이라고 했다.   이제는 이메일 서두에디어 ’ (Dear Mom) 이라고 쓴다토론토에서 녀석을 돌아가신 선배에게 소개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2023 무더운 여름에 

오는 9 12일은 남편의 사망 10주기가 된다그이를 보내고 처음 2년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지인의  ‘It was his time.’ 이라는 한마디가 내게 닿았다.   맞아, 그이가 하나님께 가야할 시간이었지라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영화의 한장면과 같은 그이와의 만남을  우연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고 믿게 되었고지인들과의 관계도 우연보다는 필연임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계획하고 마련해주신 각자의 ‘Path’ 걷고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정중, 필연으로 엮어진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가족들과의 만남, 끈끈한 우정으로 엮어지는 친구들과의 만남, 그리고 아낌없이 응원을 해주는 지인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고 믿기때문이다.   그리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로 향한 모두와의 재회를 갈망하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 3:16).
For God so loved the world 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that whoever believes in him shall not perish but have eternal life. (John 3:16 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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