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a 24

일상에서 만나는 하나님-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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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알게됩니다

저는 포토메모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포토메모리는 어떤 상황을 말 그대로 “사진 찍듯” 머릿속에 저장하는 능력입니다. 그렇게 한번 저장이 되면 시간이 흘러도 그 날의 시간과 장소를 포함해 그날 만났던 사람이 입었던 옷, 함께 먹었던 음식 메뉴, 주변 상황, 나눴던 얘기들을 녹취하는 수준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너랑 얘기하기 무섭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머릿속에 저장돼 있는 사진들 중에 어머니에 관련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몸이 약하셔서 젊으실 때 병원신세를 많이 지셨었는데, 그래서 저는 어린시절을 고모님 댁에서 많이 보냈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에 있는데 삼촌이 찾아오셨습니다. 

“혜령아, 엄마 보러 가자~” 

유치원 조퇴하는 것도 신기하고,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신나게 병원으로 달려가 병실 문을 열며 “엄마~”하고 소리를 질렀죠. 수술하고 아픈 엄마가 누워계신 침대 위로 올라가 점프하며 놀고, 뛰면서도 쉴새없이 유치원 친구들 얘기를 엄마에게 해주다가 대자로 뻗어 잠이 들었었습니다. 

나중에 좀 큰 후에 그날의 진실을 들었습니다. 엄마의 상태가 너무 안좋아져서 주치의가 마지막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고 말을 한 것이죠. 뭐가 제일 하고 싶냐는 의사의 질문에 엄마가 “아들이 보고싶어요”라고 해서 그날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엄마를 만났던 그날의 상황이 고스란히 제 머릿속에 포토메모리로 남아있습니다. 병실 문을 열었을 때 보였던 냉장고와 TV 위치, 병실 특유의 냄새, 바닥의 배열, 엄마 침대 위치, 커튼 모양, 벽지 색깔, 엄마가 입고계시던 환자복의 색깔과 문양. 그리고 “엄마~”하고 불렀을 때 개인 커튼을 젖히며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려 저를 맞아주시던 모습까지 지금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런데 다른 부분은 다 또렷이 기억이 나는데, 유독 환하게 웃으며 저를 맞아주시던 엄마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희미해지더군요. 그때 엄마 얼굴이 어땠었는지가 아무리 생각해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길래 ‘아이고~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기억이 지워지네~’하며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그 아이가 커서 유치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 첫날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스쿨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마침 가까운 자리를 다른 부모님들이 다 선점하셔서 저는 좀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내 스쿨버스가 도착하고 아이는 내리자마자 두리번거리다가 저를 찾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벌리고 뛰어왔습니다.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저도 두 팔 벌려 맞아주었는데, 아이를 품에 안자마자 희한하게도 그 순간 제 머릿속에서 희미해졌던, 30여년전 병실 침대에서 두 팔 벌려 아들을 맞아주시던 엄마의 환한 얼굴이 선명하게 복원되더군요. 그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내 기억 속 엄마의 웃는 얼굴은 지워졌던 것이 아니라, 내가 깨달을 수가 없었던 것이구나… 제가 그때의 어머니 나이가 되어 그때의 저만한 아이를 키워보니, 그때 삶의 고비를 지나던 엄마가 7살 난 아들을 어떤 마음으로 안아줬을지가 공감이 되더군요. 

저는 포토메모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화질로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더라도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표정을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 표정은 부모가 되어 자녀를 끔찍히 사랑하는 마음을 경험해봐야 이해할 수 있는 표정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합니다. 성경을 통독하고, 기도를 하고, 예배를 잘 드리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잘 알고,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응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정확히 해도 결코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영역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머리가 좋다고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죠. 시간이 걸리고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지금 당장 잘 모르겠다고 해서 불안해하거나, 내 기도제목이 원하는 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가장 좋은 것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지금도 내 삶에 역사하고 계심을 믿읍시다. 언젠가 그 뜻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 3:16).
For God so loved the world 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that whoever believes in him shall not perish but have eternal life. (John 3:16 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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