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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깨닫는 신앙 –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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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이 없습니다]

작년 9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첫 손자라 참 많이 사랑해주셨는데 때를 맞추지 못해 손자손녀들 중 할머니 임종을 곁에서 지키지 못한 유일한 손자가 된 것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저희 할머니는 시골에서 약국을 운영하셨었습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선정될만큼 아주 시골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방학때면 시외버스를 두번 타고 할머니댁을 찾아가 몇주씩 있곤 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할머니가 약국에서 들어오셔서는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혜령아, 넌 나중에 목사님 되면 꼭 박카스 돈 내고 마셔~”

제가 어릴 적부터 목회자가 되겠다고 했던터라 권사님이신 할머니는 종종 신앙얘기를 해주셨는데 그날은 엉뚱하게도 박카스 얘기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왜요?” 하고 물었죠.

약국에 오시는 손님들 중에 간혹 목회자가 있으면 할머니가 섬기고 싶은 마음에 박카스와 우루사를 서비스로 드리곤 하셨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그 목회자분들이 박카스와 우루사 받는 것을 당연한 듯 여기시더랍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회자분들이 자신의 지인들을 또 여러 명 데려오셔서는 “시원한 걸로 한병씩 좀 돌려보세요~”하고 당당히 요구하시길래 할머니가 살짝 당황하신 것이죠.  

그 당시에 박카스 한 병이 80원이었고, 지금도 900원 정도니 그리 비싼 음료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할머니는 그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목회자가 섬김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모습이 안타까우셨던 것이죠. 그래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그 뜻을 잘 몰랐는데 이제 목회자가 되어보니 어느정도 알 것 같습니다. 

제가 목회자라는 이유만으로 섬겨주시는 성도님들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그 분들이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으셔서 베푸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50센트 저렴한 물건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고, 빚을 갚으시느라 빠듯한 형편에서도 목회자를 최선을 다해 섬겨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회에 열심으로 출석하시는 성도님들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그 분들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셔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은 직장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가정 일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어 오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차량봉사나 식사봉사 같은 궂은 일을 도맡아 하시는 성도님들이 계십니다. 단지 운전을 잘하고 요리솜씨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섬기시는 것이 아니라 희생과 헌신의 마음으로 임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섬김과 당연한 봉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특별예배에 못나온 성도님을 떠올리며 안부가 궁금하기 전에 출석수를 아쉬워하던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성도님들의 헌금으로 이루어지는 교회재정을 내가 합리적으로 집행했는가’도 돌아보게 됩니다. 성도님들의 기도제목을 얼만큼의 무게감을 갖고 대했는지도 떠올려 봅니다. 

성도님들의 섬김을 무조건 불편하게 여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섬김을 목회자가 감사함으로 받아 또 다른 섬김의 통로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목회자 역시 사람인지라 노력하지 않으면 안주하게 됩니다. 그러면 섬김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늘 똑같은 섬김을 괜히 아쉬워하게 됩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돌아보아야만 섬김을 받을 때의 감사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할머니 만나게 되면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할머니, 저 박카스 돈 내고 마셨어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 3:16).
For God so loved the world 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that whoever believes in him shall not perish but have eternal life. (John 3:16 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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