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a 24

일상에서 깨닫는 신앙 –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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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깨달아갑니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어려워했습니다. 동물로 이미지를 표현하자면 “호랑이”같았습니다. 평소엔 무뚝뚝하셨고, 화나면 무서우셨거든요. 그렇다고 기분이 좋을 때는 애정표현을 하셨느냐하면 딱히 그러지도 않으셨습니다. 이제까지 40년이 넘도록 아버지로부터 사랑한다는 애정표현이나, 생일날 “생일 축하한다”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성격이시다보니 어린 시절 저는 아버지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고, 아버지를 어려워하며 자랐습니다.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아버지의 점수를 매긴다면 얼마정도를 드릴 수 있을까…” 

저는 후하게 드려도 C-학점 정도밖에 못드리겠습니다. 아버지는 늘 바쁘셨고, 자주 멀리 계셨고, 그래서 그런지 제 친구들 이름도 하나도 모르셨고, 제가 몇학년 몇반인지도 모르셨고, 우리 담임 선생님 이름도 모르셨습니다. ‘내 생일이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다면 아버지가 내 생일은 기억하셨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네요. 

20대가 되어 군대를 갔다가 휴가를 나왔습니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문득 장롱 위에 있는 사진앨범에 눈이 갔습니다.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사진첩이 8개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게 보고 싶어졌습니다. 부모님 연애시절부터 제가 태어나 자란 사진들이 쭉 정리가 되어 있는데, 그날 새삼스레 알게 된 게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진들 중에 제가 아버지랑 단 둘이 찍은 사진이 5장이 채 안된다는 것을요. 

 10대때는 몰랐습니다. 그저 부모님이랑 어디 갔다가 “혜령아~ 여기 보고 V해봐!” 하면 쳐다보고 포즈 취하는 것이 전부였죠. 그런데 이제 20대가 되고, 군대가서 어른스러워지니 이런게 보이네요. 그러면서 아버지를 평가할 수 있을만큼 머리도 커졌습니다. 

“아휴~ 우리 아버지.. 참 재미없는 사람이야. 어디 놀러가면 같이 웃으면서 아들이랑 사진도 좀 찍고 그러시지, 어쩌면 이렇게 재미도 없고 분위기도 못타시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제 우리 아버지를 평가할 수 있을만큼 제가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고 뿌듯했습니다. 23살이면 정말 어른이죠.

그러다 30대에 제가 아빠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사진 폴더를 정리하다가 제가 새삼스레 알게 된 게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사진들 중에 저랑 아이랑 둘이 찍은 사진이 정말 없다는 것을요. 

‘핸드폰으로 사진을 자주 찍었다 생각했는데 왜 그렇지??’

‘아~ 내가 사진기를 들고 있으니 사진에 없는거구나~’

그 순간 머릿속에 확~ 생각이 나는 사람. 

“우리 아빠”

그렇구나. 우리 아버지도 그랬던거구나… 나랑 엄마 사진 찍어주느라 정작 아버지는 나랑 사진을 못찍으셨던거구나… 지금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셀카도 찍을 수 있지만, 정작 그때는 24방짜리 필름 카메라가 전부였으니 가장 좋은 순간을 포착해 엄마랑 나를 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셨던거구나…

10대때는 아버지를 감히 평가할 수조차 없었고, 20대에는 이제 내가 아버지를 다 안다고 할 수 있을만큼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30대가 되어보니 그때는 몰랐던 부분을 또 깨닫게 되네요. 이제야 아버지를 다 알게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저는 40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해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던 제가 새삼스레 알게 된 게 또 있습니다. 아버지로서 C- 점수를 받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아이 친구들 이름은 들어도 들어도 헷갈리고, 담임 선생님 성함은 들어도 들어도 자꾸 까먹게 됩니다. “우리 아버지는 C- 정도밖에 안돼!”라고 했지만, 정작 저는 아버지로서 그 C- 근처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 것은 제가 아버지에 대해 모르는 게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50대가 되고, 60대가 되어가면 지금은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또 다른 부분들을 더 많이 알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나보다 30년을 앞서가시는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도 이리 모르는 게 많은데, 태초부터 계신 하나님을 우리가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나 싶습니다. 신앙이 성숙해갈수록 우리는 그저 모르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아 갈 뿐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을 지금 이 순간 내 기분에 따라 평가해 버리면 하나님을 바르게 알아갈 수 없습니다. 

한 때 큰 어려움을 당하셨던 적이 있으신가요? 그 후에 그 일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돌아보면, 결코 어려움이 어려움으로만 끝나지 않고 새로운 희망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지금은 절대 다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야 서서히 깨달아 가게 됩니다. 그러니, 만약 지금 큰 어려움 가운데 계시다면, 마찬가지로 이 순간 하나님을 평가하려 하지 마시고, 이 어려움을 새로운 희망으로 연결하실 하나님을 기대해봅시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 3:16).
For God so loved the world 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that whoever believes in him shall not perish but have eternal life. (John 3:16 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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