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한인교계와 지역사회를 오랫동안 섬겨온 구인숙 권사가 38년간 운영해 온 비즈니스의 문을 닫는다. 그러나 구 권사에게 이번 폐업은 단순히 한 사업의 끝이 아니다. 지난 세월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앞으로 하나님이 열어주실 새로운 인생의 장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출발이다.
볼티모어장로교회 권사인 구 권사는 오는 8월 22일 정오 폐업감사예배를 드린다. 이날 특별한 인연의 목회자가 말씀을 전한다. 38년 전 사업을 시작하며 드린 개업감사예배에서 설교했던 이영섭 목사가 다시 말씀을 전한다. 사업의 첫걸음을 말씀으로 축복했던 목회자가 38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도 말씀을 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구 권사는 개업 당시 창세기 12장 1~5절을 본문으로 ‘복의 근원’에 관한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고 회고했다. 하나님께 받은 복을 자신에게만 머물게 하지 않고 교회와 이웃을 위해 나누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은 이후 그의 신앙과 섬김의 중요한 방향이 됐다.
특히 구 권사는 메릴랜드한인여선교회연합회장을 맡아 한인교계 여성들의 연합과 선교를 위한 여러 사역의 기틀을 마련했다. 1996년 찬양제를 비롯해 청소년 수련회와 신년하례회 등 연합행사를 시작하고 추진하며 교회와 교회를 잇는 역할을 감당했다. 또한 메릴랜드장학위원회 이사장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해 다음 세대를 격려하는 일에도 힘을 보탰다.
사업과 교계 사역을 함께 감당해 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구 권사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라는 말씀을 떠올린다. 기쁨과 보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터를 지키면서 교회와 이웃, 다음 세대를 위해 씨를 뿌릴 수 있었던 시간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한다.
38년간 이어온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교회 공동체였다. 구 권사는 8월 9일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볼티모어장로교회 성도들을 위해 약 250인분의 치킨을 준비해 대접한다. 오랜 세월 사업장을 지켜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함께해 준 성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폐업감사예배는 8월 22일 드리며, 사업장은 이후 정리 과정을 거쳐 8월 31일 완전히 문을 닫는다.
하지만 구 권사는 ‘폐업’이라는 말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한 문을 닫으시는 것은 또 다른 문을 열기 위한 과정이라고 믿는다.
“딱 맞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더 큰 축복을 열어주시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이제 제2, 제3의 인생의 장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그에게 8월 22일 폐업감사예배는 그래서 ‘마지막’보다 ‘새로운 시작’에 가깝다. 구 권사는 “새로운 챕터를 인도하시는 주님의 뜻을 기다리는 시간이 바로 이번 폐업감사예배”라고 말했다.
사업장을 떠난 뒤에는 그동안 미뤄왔던 삶의 이야기도 천천히 돌아볼 계획이다. 한국을 찾아 ‘은비령’을 쓴 강릉 출신 이순원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또한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연구하고 기록하며 인생의 마지막 장을 준비하고 싶어서다.
구 권사는 이를 자신의 ‘파이널 챕터(Final Chapter)’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장의 내용은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하나님께 맡기고 싶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앞으로 저를 어떻게 쓰실지 기대합니다. 제가 계획하기보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챕터를 어디로 인도하실지 기다리고 싶습니다.”
성심여고를 졸업한 구 권사는 자신의 삶을 통해 ‘자랑스러운 대한의 딸’이자 무엇보다 ‘하나님의 딸’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누군가에게 새로운 용기와 영감을 전할 수 있기를 꿈꿔 본다고도 했다.
38년 전 구 권사는 사업의 문을 열며 감사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38년이 흐른 지금, 그 문을 닫으면서 다시 감사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시작과 마침 사이에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기도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한 가게의 문은 닫히지만 섬김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구인숙 권사는 38년간 일터와 교회, 한인사회를 오가며 뿌려온 씨앗에 감사하며 이제 하나님이 열어주실 새로운 인생의 문 앞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