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류응렬 목사)가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 곁을 지켜온 기관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블레싱 기금’을 전달하며, “한인사회는 혼자가 아닌 하나의 공동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교회는 21일 지역사회를 섬기며 복지와 구제, 목회자 돌봄, 노숙인·취약계층 지원 등에 힘써 온 2Twenty Club(회장 문숙), 워싱턴 한인복지센터(사무총장 조지영), 워싱턴지역목사회(회장 박희숙 목사), 헤세드 커뮤니티 교회(강정아 목사), WFCM(이철우) 등 5개 기관을 후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가운데 4개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각 단체의 사역을 소개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
이번 자리는 단순한 후원금 전달을 넘어 지역사회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품어온 기관들을 서로 연결하고, 한인사회가 서로의 아픔과 필요를 돌아보는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가 그동안 외부 기관과 개인을 꾸준히 지원해 왔지만 여러 기관을 한자리에 초청해 공식적인 전달식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응렬 목사는 그동안 교회가 후원을 가능한 한 조용히 이어온 이유에 대해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전달의 통로로 쓰임 받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역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기관들의 존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한인사회에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매년 성탄절 헌금 전액을 구제와 이웃 섬김에 사용한다. 올해 성탄헌금으로 마련된 10여만 달러 역시 이날 5개 기관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개인과 타주 기관 및 단체 등에 전달됐다. 개인에 대한 지원은 수혜자의 상황과 사생활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진행했다.
류 목사는 특히 교회가 추구하는 방향을 ‘Church for Community’와 ‘Church in Community’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지역사회가 도움을 요청할 때 응답하는 교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사회 안에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필요를 먼저 발견하고 손을 내미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가 여러분을 ‘돕는다’는 자세라기보다 교회 역시 이 지역사회의 한 지체이기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함께 감당하는 것”이라며 “기금 전달 자체보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고, 한인사회를 위해 수고하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 목사는 또 교회가 자주 강조하는 두 가지 표현으로 “우리 곁에는 KCPC가 있다”, “한인사회가 웃을 때까지”를 소개하며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참석한 기관들의 이야기는 ‘공동체’라는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했다.
2Twenty Club 문숙 회장은 한 달에 일정 시간을 봉사하고 후원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소수의 지인들과 시작한 단체가 내년이면 20년을 맞는다고 소개했다. 현재는 저소득층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 학교들을 중심으로 주말 동안 식사가 부족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식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문 회장에 따르면 현재 13개 학교, 약 650명의 학생을 지원하고 있으며 회원과 준회원, 후원자들이 함께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문 회장은 류 목사가 강조한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며, 작은 나눔이 모여 지역의 어린이들과 가정을 지켜주는 힘이 되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52년의 역사를 가진 워싱턴 한인복지센터는 워싱턴 메트로 지역의 한인과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 증진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지영 사무총장은 정부와 기관에서 받는 그랜트는 사용 목적이 지정돼 있어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위기에 놓인 가정을 즉각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후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지센터는 ‘사랑나눔 캠페인’을 통해 조성한 기금 등을 바탕으로 위기가정의 렌트비와 식료품비를 지원하고 취업 및 직업훈련 연결 등 자립을 돕는 ‘세이프티넷’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갑자기 소득을 잃은 가정은 짧은 기간 안에도 퇴거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며,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데 지역사회의 후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헤세드 커뮤니티 교회 강정아 목사는 볼티모어의 노숙인과 마약 중독자, 난민, 저소득층 주민 등 가장 취약한 이웃들을 가까이에서 섬기고 있다. 교회는 정기적으로 음식을 나누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며 거리의 이웃들과 함께하는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일주일에 수백 명에게 음식을 제공할 만큼 현장의 필요가 크며, 여러 교회와 개인, 지역 업체들이 식품과 차량 등을 나누며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워싱턴지역목사회 회장 박희숙 목사는 최근 한인교회들이 세대 전환과 언어 장벽, 높은 임대료와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목회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생활을 위해 두세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으며 사모와 목회자 자녀들 역시 경제적 부담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목사회는 이러한 목회자와 가정을 위해 사모 위로 프로그램과 자녀 장학정보 세미나, 영성과 목회 역량을 돕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박 목사는 “도움이 필요한 목회자들을 찾아 섬기고 싶어도 재정적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WFCM 역시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한 식품 지원 등 구제 사역을 펼치고 있으며 이번 블레싱 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의 블레싱 기금 전달은 한 교회가 다섯 기관을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이웃을 품어온 이들이 서로의 존재와 사역을 확인하고 연결되는 자리였다. 어린이의 주말 식사를 채우는 손길, 갑작스러운 위기에 놓인 가정의 삶을 지탱하는 지원, 거리의 노숙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 끼, 지친 목회자와 그 가족을 품는 돌봄까지 사역의 모습은 달랐지만 향하는 곳은 하나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 한마디가 이날 와싱톤중앙장로교회와 지역사회를 섬기는 기관들이 함께 전한, 워싱턴 한인사회를 향한 공동체의 메시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