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시작한 그림, 집은 작은 갤러리로, 신앙과 이웃 사랑으로 채운 일상
시니어 주택단지에서 한인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다정한 이웃으로 살아가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캐롤린 쿠친스키(Carolyn Kuchinski) 어르신. 50세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직접 그린 수많은 작품을 집 안 곳곳에 걸어 놓고 자신의 집을 작은 갤러리처럼 꾸몄다.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아온 그에게 그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마음의 평안을 얻고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나누는 삶의 한 부분이다.
캐롤린 어르신과 한인 이웃들 사이에는 서로 통하는 삶의 경험도 있다. 그의 부모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녀들에게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자신들이 누리지 못한 교육의 기회를 자녀들에게 열어주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도록 뒷바라지했다는 점에서,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녀 세대를 위해 헌신해 온 많은 한인 이민가정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향한 부모 세대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기자가 그의 집을 찾아 그림과 신앙, 가족과 이웃, 그리고 세월을 지나며 깨달은 삶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집 안 곳곳에 걸린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가 바라본 자연과 삶의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캐롤린 어르신은 “50세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물과 야생동물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이 모든 자연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능 역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그는 “하나님께서 재능을 주셨고, 나는 그 재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충만함을 느낀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 그림은 자신이 남기는 ‘유산(legacy)’이기도 하다. 자신이 그린 작품을 자녀와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집 안 곳곳에 작품을 전시해 찾아오는 이들과 함께 감상한다.
“우리 집을 갤러리처럼 사용하면서 친구들과 그림을 함께 즐깁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어려운 순간마다 의지한 하나님
그의 삶에서 신앙은 어려운 순간마다 의지할 수 있는 중심이었다.
한번은 빙판길에서 운전하다 자동차가 통제력을 잃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예수님, 운전대를 맡아주세요(Jesus, take the wheel)”라고 외쳤다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경험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걱정이나 어려움이 생기거나 남편과 문제가 있을 때도 하나님을 찾았다. 특히 한 가족 문제가 4년 동안 계속됐지만, 하나님께서 결국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고 기도했다고 했다.
“저는 그동안 하나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계속 기도했고,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언제나 제 편에 계신다고 믿습니다.”
세월이 가르쳐준 것, 분노보다 용서
나이가 들면서 삶과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졌다.
캐롤린 어르신은 젊은 시절에 비해 자신이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쉽게 화를 내기보다 차분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용서하며 마음에 원한을 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가 발견한 행복의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하루에 한 가지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저는 하루에 한 가지 선한 일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제 삶에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또한 그가 삶에서 실천하려는 중요한 가르침은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하라”는 것이다.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작은 행동에 사랑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세월이 흐를수록 친구들의 소중함도 더욱 크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가까운 친구들과 더 자주 연락하며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년간 이어온 교회 봉사,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아”
신앙은 교회 공동체를 섬기는 삶으로도 이어졌다. 약 20년 전 캐롤린 어르신과 남편은 교회 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고, 교회로부터 예배 참석자들을 맞이하는 ‘환영사역(Greeter)’ 프로그램을 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약 60명의 환영사역자가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준 것보다 이 일을 통해 받은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60명의 환영사역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기쁨이자 영광입니다. 교회에 올 때마다 함께 웃으며 하나님의 집을 찾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일을 정말 즐기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것 “믿음·사랑·목표”
자녀와 손주, 증손주를 비롯한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를 묻자 그는 신앙과 사랑, 자신감, 목표 그리고 친절을 꼽았다.
특히 증손자 테오가 신앙 안에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특정 교단보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을 알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침례교회든, 가톨릭교회든, 감리교회든, 장로교회든 좋습니다. 하지만 교회에 가세요. 교회에는 삶의 질서와 사랑, 그리고 하나님이 있습니다. 테오가 성장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에게는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과 함께 칭찬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다음 세대가 삶의 목표를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목표가 없다면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목표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어 “항상 친절하고, 다른 사람이 여러분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다른 사람을 대하세요. 그리고 평생 작은 일들을 큰 사랑으로 하세요”라고 말했다.
세인트 존스 레인의 한인교회, “좋은 교통체증이에요”
인터뷰 말미에는 캐롤린 어르신이 평소 가까이에서 바라본 한인교회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일요일 세인트 존스 레인(St. John’s Lane)을 운전해 지나갈 때마다 벧엘교회에 많은 차량과 성도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했다. 때로는 차량이 많아 도로가 붐비기도 하지만 그는 이를 웃으며 “좋은 교통체증(good traffic)”이라고 표현했다.
“주차장이 가득 찬 모습을 보면 놀랍고 정말 기쁩니다. 성도들이 아주 많은 것 같아요. 우리는 ‘저 교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번 알아봐야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특히 벧엘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해 다양한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 역시 지역사회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서로 좋은 것들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늘의 양식』과 다시 가까워지는 성경
이날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가 사전 인터뷰 시 선물한 『오늘의 양식』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캐롤린 어르신은 성경 읽기가 자신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과거 한 강좌를 통해 성경 전체를 읽은 적이 있지만 깊이 이해하고 가까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에게 선물받은 『오늘의 양식』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성경을 가까이하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첫 페이지를 읽었는데 좋았습니다. 계속 읽어보려고 합니다. 이 책이 제가 성경을 좀 더 가까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50세에 시작한 그림은 이제 캐롤린 어르신의 집을 채우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해지는 삶의 유산이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는 조금 덜 화내고, 조금 더 용서하며, 친구와 이웃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일에도 사랑을 담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림과 신앙, 가족과 이웃을 통해 쌓아온 그의 삶의 지혜는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마디로 모아졌다.
“작은 일들을, 큰 사랑으로 하세요.”



